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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나는 동네를 찾아 온 ‘또모루 타코’ 사장님

“사람 냄새 나는 동네라 좋아요.”

2002년 옷가게 ‘미야시’로 문을 열었던 또모루 타코집 사장님(홍진희, 만 51세)은 10년 동안 회사를 다니다 옷가게를 하려던 차에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동네를 발견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동네 세트장 같은 이 마을은 유난히 옛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던 동네였다. 바로 이태원로 42길 일대. 최근엔 패션디자이너들의 옷가게들이 늘어나면서, 조용한 가운데 들쑥날쑥 한 집 건너 조그만 가게가 있던 마을이 정형화되었다.

‘앞에는 번화하고 뒤에 들어오면 딱 다른 세계’였던 이 동네는 많이 변했지만 계단을 내려오면 달라지는 느낌은 아직 남아있다. 뒷골목 분위기가 제대로 났던 이 동네는 현재 발전을 통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그 반대급부도 존재한다.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지금의 변화된 모습에서부터 시작하지만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동네가 바뀐 걸 피부로 느낀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마을을 떠났다.

‘대기업’ 싸움에 ‘서민’ 등만 터져

마을에서는 동네가 바뀌는 것을 대기업 싸움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유명 명품이 들어오는 큰 길에서의 움직임은 사실 뒷골목의 상권, 삶과는 하등 상관없는 기업들의 싸움일 뿐이다.  하지만 상업화 붐이 일고 큰 기업이 왕창 투자를 해버리는 까닭에 큰 길에서 십몇 년 장사했던 사람들도 건물주가 바뀌면서 쫓겨났다. 이태원이 엄청 번화했을 때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지는 않았다. 24시간 밤을 샐 수 있는 거리는 이태원뿐이었다. 유흥업소도 많았지만 특색이 있는 카페와 큰 레스토랑이 많았던 재미있던 거리였지만 지금 기업과 싸울 수 있는 개인은 없다.

어느 날 한 신문기자는 이곳에 ‘T자 골목’이라 이름을 붙였고 그 때부터 세는 오르기 시작했다. 언론이 띄우고 부동산이 영업을 시작하면서 3, 4년 사이에 월세가 배도 더 올랐다. 트랜스젠더들과 유흥업소에 나가는 아가씨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가 많은 탓에 관광객과 일하는 아가씨들 세 부류가 정신없이 섞여 살았던 이곳은 옛날에는 명동처럼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복잡하지는 않았다. 큰 길 위쪽의 부촌과는 다르게 사람냄새가 나는 곳. ‘카페눈’ 옆 ‘또모루 타코집’을 지나다보면 다른 동네에서는 볼 수 없는 흔치 않은 광경이 펼쳐진다.

또모루 타코 앞에는 동네에 산 지 오래된 트랜스젠더들이 자주 앉아있다. 사연 많은 사람들이 많이 살던 이 동네에 대부분 살던 트랜스젠더들은 블루스퀘어가 생기기 전 동네에도 많이 살았다. 이들은 지금은 방송을 통해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이곳저곳 트랜스젠더 클럽이 많이 생겼지만 예전엔 여보여보 클럽과 소방서 인근이 아니면 없었다. 최근에는 이태원에서 성장한 트랜스젠더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나가 업소를 차렸다.

옷가게 ‘미야시’가 타코집으로

또모루 타코집 사장님이 2002년 기성복집 ‘미야시’를 할 때는 미군부대의 백인, 흑인 그리고 이슬람 손님 등 외국인이 많았다. 한국에서 추운 나라로 가는 사람도 있고 더운 계절에 한국으로 오는 사람도 있었기에 사계절 옷이 다 있었다. 생활시간이 다른 손님들 덕에 잠도 못 자고 일했지만 지나고 나니 그때는 참 재미있었다고 한다. 완제품인 기성복 판매가 갖는 한계와 10년 주기로 바뀌었던 사장님 직업은 이제 타코집 사장이다. 업종을 타코로 바꾸면서 다른 곳으로 갈까 생각도 했지만 이곳이 진짜 사람 사는 냄새나는 동네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이렇게 또모루 타코 사장님은 처음에는 한남동에 그저 매력을 느끼고 왔지만 이제는 한남동 토박이가 되어가고 있다.

인터뷰 - 김경현, 조선영

튼튼하게 지은 건물만큼이나 튼실하고 굳건한 삶을 보여주시는 합덕슈퍼 사장님, 그리고 맛있는 타코만큼이나 푸짐하고 따뜻한 인심과 마을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시는 또모루 타코집 사장님. 두 분의 인터뷰 덕분에 T자 골목이라는 유명세에 가려져 있던, 이 동네의 옛날 모습과 진짜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를 다소 안타까워하면서도 어느 정도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인정하는 주민들의 생각도 엿볼 수 있었다. 지금의 T자 골목도 다양하고 재미있는 풍경들을 볼 수 있지만, 우리가 보지 못하고 기록하지 못했던 10년 전, 20년 전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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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황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