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잡지에서 똑같이 물어봤을 것 같아서 조금 미안하지만 어쩌다 한복을 디자인 하게 되었는지. 한국 무용을 하시다가 한복으로 전향하신 거잖아요. 그 계기를 알려주신다면.
조금 웃길 수도 있는데 유치원 때 오다리를 고치려고 우리 엄마가 나를 무용학원에 보냈어요. 그런데 뭔가 곧 잘하고 내가 그 춤이 너무 좋아서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였데요. 우리 엄마가 나를 진짜 잘 먹였거든. 그런데 먹는 것 이상으로 활동을 하니까 영양실조가 오는 거야. 이런 이야기를 길게 할 필요는 없겠지만 내가 그 정도로 즐겼데요. 그래서 보낼 수밖에 없었데요. 쭉 하다가 예체능은 대학을 준비해야하는 시즌이 오는데 그 전까지는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을 균형 있게 배우는데 대학 준비를 할 때가 되면 하나를 선택해야 되고 더 심화해야 되고 대학에 갈 준비를 시작해야 되는 거야. 그런데 그런 고민을 시작하다 보니까 결정적으로 내가 이걸 평생 할 만큼 좋아하고 잘 하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깨끗이 포기를 했지. 그러면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해야 되잖아요. 그때는 당연히 대학을 가야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는데 무용을 하면서 한복을 입어왔던 경험이 나에게는 좋았나 봐요. 1년에 한 번씩 발표회 같은 걸 하잖아요. 그러면 옷이 온단 말이야. 그걸 벗고 싶지가 않고 너무 날아갈 것 같고. 날개옷 같고 그런 것들이 뭐랄까. 그 옷들이 무용이랑 잘 맞는 느낌으로 입고하면 그냥 연습복을 입고, 했을 때보다 그 느낌이 확 증폭되거든요. 그래서 그 한복을 제대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죠. 그리고 우리나라는 의상학과가 사실 성적만 되면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잖아요. 갈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고요.
의상학과를 가셨어요?
네
한국무용을 전공하지 않았고
선생님이 전공을 정하라고 할 때 딱 그만 둔 거예요.
아쉽지 않던 가요. 옷을 만들 때.
전혀 안 아쉬웠어요. 할수록 잘 했다고 생각해요. 내가 직감이 좋구나. 왜냐하면 여기 들어와서 더 확신이 들었어요. 여기 30년 동안 바느질을 하신 분들이 엄청 많아요. 여기 계신 분들이 다 그러신데 이야기를 해보면 내가 이 길로 잘 왔구나. 완전 내 스타일이구나. 이런 삶이 최고의 삶이라는 말은 전혀 아니에요. 그런데 완전 내 스타일이다. 그게 확신이 드는 말을 이분들이 해주셨어요. 뭐냐면 “내가 바느질 30년 했는데 더 잘하고 싶다.” 이런 말도 한 분이 하시는 것이 아니라 공통적으로 하시고. 수다 떨러 돌아다니면 그런 말을 공통적으로 하시는 것도 충격적이었고. 그리고 바느질 하는 아줌마들이 화장실에서 “오늘 너무 행복하다!” 뭘 되게 잘 했데. 저고리를 마음에 들게 완성하고 두 분이서 청계천 산책을 다녀와서 너무 행복하다는 거야.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공감이 되면서 완전 내 스타일이다. 나는 앞으로 속도를 신경 쓰지 말고 이 길로 잘 가면 저렇게 되겠구나, 라는 그림이 그려져요. 여기에 와서 오히려 확신이 들었어요.
주변에 바느질을 하는 시니어분들이랑 이야기도 자주 나누어보셨네요?
그렇죠. 저는 처음에는 눈치가 빠른 편이라서 되게 나를 미워한다고 느꼈어요. 그럴 수도 있거든요. 전통을 다루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능력치가 안 되면 계속 배워야지 네 이름을 걸고 불쑥 나오다니. 이런 요망한 것.‘ 이렇게 생각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 요망한 거 알아요.‘를 인정하기 위해서 떡 같은 걸 가지고 가서 차 얻어 마시고 온다거나 이런 걸 했어요. “인정하고 존경합니다. 저는 부족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내가 고생했던 이야기를 해드리면 좋아하셔요. 너도 진지하게 꽤 열심히 했구나.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미움 받는다는 느낌은 상쇄되었지. 그런 활동을 하다가 그런 좋은 이야기를 들은 거예요.
다른 한복점들은 단골이 있으신 건가요?
그건 모르겠고 항상 그런 이야기를 하셔요. 한‘복에 대한 수요가 너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고 몇 년 전 같았으면 밤을 새고 있을 텐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걱정이다.’ 그래도 내가 주문이 들어와서 12시까지 야근하고 이런 때면 바느질 하시는 분들만 있어요. 그 시간까지. 내가 퇴근할 때도 계속 야근을 하고 계시고. 이 위에 다 원단시장이라 바느질감이랑 연결이 되어 있잖아요. 손님이 이쪽으로 오지 않더라도 일감이 이쪽으로 오게 되어 있는 시스템.
처음 왔을 때보다 조금 지쳤나요?
마음이 조금 급해지는 것이 뭐냐면 내 시스템이 소비자들에게 불친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일단 내가 홍보하는 것에 대해 꺼려하고 있잖아요. 공개된 페이지가 하나도 없어요. 어느 순간까지 자료가 쌓이면 이걸 한 번에 눈에 보이게 해서 최선희 한복만의 품이 보이도록 하고 싶은 것이 내가 여태까지 작업을 안 하고 있는 이유일 수도 있겠는데 그러다 보니까 입소문으로는 들었다는데 검색을 해도 안 나오고 볼 수가 없느냐는 말을 듣기 시작했고 내가 소비자 입장에서 우리 집에 와서 맞춘다고 생각했을 때 한복에 대한 경험이 많으면 ‘아, 예가 경력이 얼마 안 되었고, 숍이 이렇게 조그마하지만 그만큼 정성을 들인 옷이다.’라고 할 수 있겠는데 사실 그런 한복에 대한 경험이 없고 그런 분들의 입장에서는 모험일수도 있겠다. 그리고 중요한 자리에서 입는 옷이다 보니까 안심이 되어야 해요. 그래서 그 숍의 이미지를 사는 것일 수도 있어요. 한복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런 점에서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 어떻게 안심을 시켜주어야 될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아직은 여성복 라인만 관심이 있으세요?
일반 소비자들한테 인식될 때 편안하기만 하면 나는 그게 베스트라고 생각하지만 고개를 갸웃한다면 다섯 명 중에 세 명이 그런다면 그래도 그걸 고집한다면 내가 바보인 거지. 그래서 물어보고 다니는데 다들 좀 갸웃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고민 중이에요.
최선희 한복은 누가 입으면 좋을 것 같아요?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손님상이 있나요?
새롭고 재미있는 한복의 마음을 열수 있는.
평상시에도 한복을 입고 다닐 수 있을 까요?
괜찮을 것 같은데. 한복에 대한 기사 중에 감명 깊게 읽은 기사를 스크랩한 것이 있는데 내가 제일 곤란한 질문이 최선희 한복이 지향하는 한복이 전통한복이냐 개량한복이냐 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소재를 다양하게 쓰다 보니 사람들이 이것이 한복인지 개량한복인지 묻는데 나는 소재는 자유롭게 쓰지만 패턴은 고증에 따르고 있기 때문에 대답하기가 곤란한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제 한복을 인식해 주었으면 하는지 생각을 해보았는데 그냥 태도적인 면에서 한복이 김치에 이어서 국가대표 이미지 2위를 차지한 전통 요소에요. 그렇게 대외적 이미지가 높은데 국내에서는 한복에 대한 인식이 동떨어져 있잖아요. 그래서 한복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아졌으면 좋겠는데 그러려면 내 위치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다가 입기 편하고 쾌적한 한복, 재미있고 개성 있는 한복을 만들어서 선택지를 늘리고 흥미 있게 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시도라고 생각해서 하고 있다고 생각해주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