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백 명이 음악을 꿈꾸며 찾는 낙원. 우리들의 낙원상가에는 2층과 3층에 걸쳐 300여 악기 전문점들이 들어서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악기상가, 낙원상가가 사람냄새를 풍기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40여 년 동안 음악을 사랑하고 악기를 아껴주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낙원상가에 견고하게 쌓인 사람냄새를 맡기 위해 낙원상가 입주한 매장으로 가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만나본 업체는 스탠드와 기타줄 등의 악기관련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반도몰>입니다. 증권사를 다니다가 가업을 이어 2008년 개업한 A225 <반도몰>의 강윤장 사장님을 만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낙원상가에서 반도악기와 반도스탠드를 운영하셨던 부모님의 가업을 이어 형인 강윤장 사장님은 낙원상가에서 반도몰을 운영하고, 동생은 아버지의 스탠드 공장을 이어 반도 스탠드의 28년 명맥을 잇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반도의 상품이 하나둘 늘어 다양해지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데요. 사장님은 그저 “운이 좋았죠.”라며 웃으십니다.

부모님의 일터였기 때문에 낙원상가를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 어렸을 때부터 자주 왔던 낙원상가의 당시 모습을 물어보니 “분위기가 정겨워 사람 사는 맛.”이 있었다는 사장님. 어떤 일이든 다 장단점이 있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거래가 많았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맛’도 있었다고 합니다.

가업을 이어 낙원상가에서 일한지 7, 8년. 오프라인 매장이 주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단순히 물건만 사가는 곳은 아니라고 여기는 사장님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줄 때’가 가장 보람 있다고 말합니다. “저희는 악기를 하다보니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연결해준 분들끼리 서로 마음이 맞아서 밴드도 같이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도 있고요.”

정말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 밴드를 하고 싶어 하는 대학생 손님들에게는 같이 할 사람을 구해주기도 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밴드구함]이라는 글들이 올라오듯이 낙원상가에서는 입을 통해 아는 사람을 연결 해줘서 그들이 함께 밴드를 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합니다.

사람과 악기가 어우러지는 낙원상가. 재미있던 에피소드는 없었을까요? 반도몰 사장님에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오아시스의 작곡자이자 리드 기타, 노엘 갤러거가 낙원상가에 방문했을 때였다고 하는 데요. 오아시스를 좋아하는 사장님은 노엘이 직접 반도몰에 온 건 아니었지만 (기타 줄을 사긴 했다고) 특히 좋아하는 뮤지션인 노엘을 봐서 좋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브릿록 보다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을 좋아한다는 사장님. 낙원상가에서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갈까 궁금했습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문 열고 청소하고. 요즘에는 택배를 보내야 해서 다섯 시까지 택배배송을 마감하고요. 두 시간 정도 있다가 퇴근하고, 그렇게 반복되는 거죠.”

삶의 터전인 낙원상가의 일상이 지겹지만은 않은 이유는 음악과 함께, 악기와 함께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낙원상가에서 일하는 장점으로 ‘꽉 짜인 틀로만 움직이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는 사장님은 “한가할 때는 기타를 치는 친구라면 기타를 칠 수 있고 드림 치는 친구는 드럼 패드연습을 할 수 있다.”면서 “저희 직원들도 다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에요.”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낙원상가에 올 때마다 항상 궁금한 점. ‘사장님들은 어떻게 그렇게 기타를 잘 칠까?’ 혹시나 해서 반도몰 사장님께 물어보았습니다만 “취미로만 기타를 친다.”면서 연주라고 하기에는 거장하고 솔직히 잘 치지도 않는다고 손사래를 치셨습니다.

“김광석 노래 정도나 하지 엔디 맥키(Andy McKee)는 꿈도 못 꾸죠.”라면서 “우리 직원들은 다 록을 하는 친구들”이라고 하기에 혹시 직원을 뽑을 때 악기를 잘 다뤄야하는 기준이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악기를 다루는 친구들이 주로 오죠.” 하지만 악기를 몰라도 낙원상가에서 일하면서 배우고 가는 친구들도 많다고 합니다.

낙원상가를 방문할 때마다 저렴하게 악기를 구매하는 노하우가 있을까 고민하지만 “발품을 파시는 만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라며 우문현답을 주는 반도몰 사장님에게 마지막으로 낙원상가에 방문해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낙원상가에 이렇게 오면 좋다.’는 팁이 있을지 물었습니다.

“낙원상가에서 상가활성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낙원상가 쇼핑몰 사이트에 가셔서 발행되는 쿠폰을 확인해 보신 다든지, 주차정보를 한 번 보고 나오시면 쇼핑하시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웃음)”

반도몰 사장님의 웃음을 뒤로 하고 짧은 인터뷰가 끝났습니다. 낙원상가 내에 많은 사람들이 보이고 수많은 매장들이 보입니다. 악기 소리가 들리고 사람냄새가 나기 시작합니다. 우리들의 낙원상가에 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요. 반도몰 앞에 진열된 빈 마이크 스탠드에 또 다른 정겨운 이야기들이 걸려있는 듯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