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FANCY. NO, IM NOT.]은 세상의 모순을 마주하며 5년 동안 쓰고 고친 시를 모은 시집입니다. 시를 쓰고 고치는 동안 책도, 시도 모두 팬시상품처럼 변해버렸습니다. 세상이 변한만큼 나이도 먹어버렸습니다. 왜 그렇게 된 걸까요.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두 자신만은 팬시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그럼 누가 팬시인 걸까요. 저도 팬시가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다.

[IM NOT A FANCY. NO, IM NOT.]에는 '한 인간이 모순을 어떻게 이해하고 마주하며 시에 담아낼 수 있는지'에 관한 고민이 총 118편의 시로 208페이지에 담겨 있습니다. 시집은 크게 아홉 개의 목차로 구성되었습니다.

목차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면 기분이 좋은가

어쩌면 삶은 지옥의 레져일지도

여기, 꽃의 언어를 보고 드립니다

나도 알아냈지 너도 가짜란 걸

나는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며 예정된 지옥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구름이 수줍게 내미는 손 보슬비

우리가 전할 수 있는 작은 계기

남몰래 자라는 향기의 포옹, 포용.

결국 글은 상상력의 한계

‘구원은 무대를 바꾸어놓아야 한다.’라는 김수영 시인의 말이 ‘무대를 뒤흔들 정도의 구원’을 말하는지, ‘무대를 바뀌게 하는 것이야말로 구원’을 말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한 권의 책이 무대를 바꾸어 놓을 수 있다면, 이전과는 다른 무대로 확장하거나 데려갈 수 있는 매개체라면, 우리는 내일을 향해 걷는 방향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I’M NOT A FANCY. NO, I`M NOT.]은 그 어렴풋한 풍경을 묘사한 시집이다. 언젠가부터 세상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팬시 상품으로 만들어 놓았다. 시와 팬시의 구분이 없어진 것을 장르의 파괴와 동일시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모두가 자신은 팬시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남들은 팬시라고 말하는 상황. 이 장면을 맞닥뜨린 상태에서 작가는 랩 가사처럼, 때로는 펑크록 가사처럼 시를 써 내려갔다.

이 책은 인간이 넘어서고자 하지만 그로 인해 인간일 수 있는, ‘모순’에 관한 이야기이다. 팬시함을 강조한 디자인. 심한 고양이 알레르기를 지닌 작가가 쓴 책이지만 고양이를 정면에 배치한 표지. 정체불명의 글, 온몸으로 팬시 상품임을 드러내는 책이자 상품. 그런데도 모두 시이며 시집인. 제목은 아이러니하게도 [I’M NOT A FANCY. NO, I`M N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