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피아노 한기석 사장님은 종로 5가에서 단독으로 악기점을 운영하다가 탑골 공원 앞에서 삼익악기 대리점을 운영했다. 그 후로 자연스럽게 낙원상가에 입점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도 벌써 15년째. 80년도에 처음 악기점을 오픈하고 꾸준히 한국의 악기 유통업에 일조해온 35년 간의 이야기를 낙원상가 블로그가 짧게나마 들어보았다.

종로 5가에서 하다가 이쪽 2가로 왔고 2가에서 낙원상가로 왔죠. 아무래도 낙원상가는 악기거래가 활발하고 종합으로 몰려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더 많이 접근할 것 같아서 오게 된 거죠.

1980년. 서른다섯의 나이로 처음 연 악기점은 ‘누구나 악기 한 가지 이상은 필요하다.’는 사장님의 판단으로 열게 되었다. 그 당시는 그만큼 수요도 있었고, 악기를 다룰 줄은 몰라도 듣는 것을 좋아했던 사장님이 바라보았던 사업전망에 대한 판단은 적중했다.

자녀교육을 시키다보니까 어느 집마다 피아노를 필요로 한다는 걸 알았죠.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는 피아노로 시작했어요. 80년도 당시에는 삼익 영창이 세계 수출 시장에서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을 때였어요.

종로 5가에서 피아노 위주로 시작했던 사업은 낙원상가로 오고 나서 종합 악기, 일반 악기까지 취급하게 되었다. 370호, 364호, 2층의 매장까지 낙원상가에만 세 군데 매장이 있고 금강제화 옆에도 낙원피아노의 매장이 있다. 관악기부터 현악기, 교육용악기, 건반악기까지 취급품목이 다양해졌고, 피아노는 그랜드 피아노, 가정용 피아노, 디지털 피아노, 전자 키보드를 야마하부터 삼익악기, 중고 피아노까지 취급한다.

다른 업종도 그렇겠지만 지금 악기 업종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매출감소, 부가가치감소. 이익이 줄어드는 거죠. 소비자들의 요구조건은 많아지고. 현실적으로는 전 같지 않아요. 전에는 마진도 좋았고 매출도 상당히 좋았죠. 그 당시에는 사업으로 봐도 할 만했는데 지금은 그만두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요.

인터넷에서 저가로 판매하는 탓에 소비자들은 인터넷 가격을 제시한다. 대리점 마진이 전혀 없는 상태의 가격이 인터넷을 떠돌아다닌다. 악기만이 아닌 다른 업종도 비슷한 현실. 다른 업종들의 경우를 찾아보아도 불경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판매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공급업체나 메이커 측에서는 인터넷에 상품을 내려달라거나 적정가격을 지켜달라고 가격지도를 하지만 그게 잘 안 먹혀들어가는 거죠. 어느 상품은 100만원은 되어야 마진이 1~20만원 보장이 되는데 원가가 80만원인데 인터넷에 80만원에 올라오기도 하고 85만원에 올라오기도 해요. 그렇게 팔면 원가대비 마진이 없죠.

적정한 마진을 남겨야하는 이유는 함께 살기 위해서다. 임대료도 내야하고, 직원들 월급도 줘야한다. 세금도 내야하고 4대 보험도 들어가야 한다. 큰 사업이든 작은 사업이든 기본 경비나 지출이 많은데 가격 자체나 마진이 줄어들다 보니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아졌다. 요즘은 세금도 강화되어 그야말로 장사하기가 만만치가 않다. 악순환이다.

종로 5가에서 할 때는 내가 단독 건물에서 단독으로 했기 때문에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는데 낙원상가는 모든 악기점이 어우러져 있다 보니까 장점이 더 많다고 봐야 되겠죠. 전에 동남아 지역에서 악기상들이 낙원상가에 온 적이 있었어요. 첫 마디가 “이렇게 몰려있는데 어떻게 장사를 하느냐.” 그래서 내가 설명을 했어요. “몰려 있기 때문에 더 장사가 잘 된다.” 세계에서 이렇게 많은 악기가 모여 있는 곳은 낙원상가가 유일무이하다. 국가적인 보호와 정책을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정책적인 배려는 없다. 외국의 바이어 업체들이 낙원상가 때문에 한국에 올 수 있게끔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낙원상가 내 악기점 사장님들은 바라고 있다. 악기를 둘러보고 연주도 하며 체험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전 세계에 얼마나 될까.

파고다 아케이드가 정비가 되어서 낙원상가로 상인들이 입주하게 되었죠. 옛날에는 뿔뿔이 흩어져있었어요. 말하자면 근처에 적당하게 있었는데 모이게 된 거죠. 파고다 공원 주변에 쫄망쫄망한 악기점들이 있었는데 문화재 도시정비계획으로 인해서 낙원상가로 이주를 했고 지금처럼 종합악기상가가 형성이 된 거예요.

지금처럼 규격화 되지 않고 자연발생적으로 있었던 낙원상가는 말 그대로 시장이었다. 지금은 질서가 잘 잡혀있고 관악기는 관악기 쪽, 현악기는 현악기 쪽, 건반악기는 건반악기 쪽으로 나름대로 모여 있다. 상거래도 그전보다 쉽고 편리해졌다.

저는 악기판매에만 올인 하고 있어요. 물론 신앙생활도 하고 있지만 크게 취미생활을 하기에는 이 판매업이라는 것을 하다보면 현실적으로 취미생활을 하기가 어려워요. 저희 같은 경우는 일요일에도 영업을 하기 때문에 쉬는 날이 거의 없죠.

쉬는 날도 없이 영업을 이어가는 낙원상가. 인터넷보다 매장에 와서 사야하는 이유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것.’ 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를 직접 확인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프라인의 강점은 두드러진다.

악기를 구하러 다니다가 우리 매장에 와서 자신이 원하는 악기를 구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는 보람을 느끼죠. 멀리서 와서 원하는 악기를 구했다고 할 때 기분이 좋죠. 지역에는 플루트 수리라든지 악기 부품을 살만한 곳이 별로 없어요. 그런 경우에 상당히 기분이 좋죠.

낙원피아노의 한기석 사장님은 아쉬운 점을 덧붙이신다. “우리나라 악기 제조업이 자꾸 사라져요. 피아노 공장, 기타 공장 들이 타산이 안 맞다보니까 결국에는 수입을 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늘어나요. 제조업이 늘어나야 되는데 줄어드니까 아쉬워요.”

건반악기를 비롯해서 악기는 소리, 음색이 있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한 저렴한 구매도 좋으시겠지만 가급적이면 매장에 방문을 하셔서 직접 고르고 구매하시는 것도 좋지 않나 생각해요. 그래야 자기가 샀을 때 만족도가 이루어지거든요. 인터넷으로 구입 후에 박스를 뜯어보았는데 “이게 아닌데?”하고 당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 우리나라 연주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에요. 피아노를 비롯해서 바이올린이나 첼로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이 있는데 거기에 맞춰서 우리나라 악기제조업이 뒤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점이 아쉬워요. 전부 남의 나라 악기로 연주하고 세계적인 음악가가 탄생하는 것은 따지고 보면 썩 바람직하니 못한 거죠.

“하는 데까지는 이 업을 계속 하겠죠.” 라며 미소를 짓는 사장님. 옛날에 비해 판매형태도 달라졌고 구입하는 사람들도 바뀌었지만 한기석 사장님은 꿋꿋하게 낙원상가와 우리나라 악기 유통업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