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를 _용산 참사 6주기에 부쳐 / 김경현

손을 흔든다. 마음을 전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손을 쓰는 것이 아닐까 한다. 반가운 마음에도, 떠나보내는 마음에도 손을 흔들어 본다. 가벼운 손이다. 흔들기에 적당한 손. 사람의 마음처럼 천 갈래 만 갈래를 이룬 것은 아니지만, 가락 사이로 바람 스미는 날에는 움켜쥐어도 본다.

숨겨두었던 핏줄이 냉혹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때가 있다. 어금니가 눌린 만큼 턱이 자라나고 입을 벌려 소리치기에도 버거운 날. 그런 날에는 가만히 손을 내려다본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했을까. 가여운 손이다. 식은 땀 머무는 상황들은 계속 되었다. 꽉 쥔 손 안에 땀 대신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없을까, 없었을까.

마주잡지 못하고, 보듬어 주지 못하고, 어루만져 주지 못하고, 쓰다듬어 주지 못하고, 깍지 끼지 못하고, 꼭 붙들지 못하고, 맞닿지 못한 우리의 손이 오늘도 터덜터덜 허공을 가른다. 주머니 속에서, 장갑 속에서, 연인의 손 안에서 손에 땀이 가득 차거들랑 먼저 떠나간 이들이 작은 요정이 되어 우리의 손바닥에 마을을 만들고 남몰래 울고 있는지 떠올려 볼 일이다.

우리가 우리를 어떻게 내몰았고 어떻게 대했는지 똑바로 볼 일이다. 우리가 우리의 손으로 우리를 방관할 때, 우리가 우리의 손으로 우리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볼 일이다. 화염병과 돌과 물대포와 재개발이 어떻게 대립하였는지 볼 일이다. 불길이 번져 여섯 명이 사망하고 스물세 명이 부상하는 동안, 우리는. 우리는.

우리가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마음만이라도 전할 수는 없을까. 손을 흔들어 본다. 잔인한 인간의 손. 다정하지 못했던 손. 서로를 밀쳐야만 하고 끌어내려야만 했던 악랄함을 감춘 손. 지금은 붙잡을 수 없는 손을 떠올린다. 마음도 갈피를 잡지 못한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에게는 온기를 전해야할 손이 남아있다.

손을 흔든다. 팔을 흔들며 달려본다. 가야할 곳이 있다.

오늘도 만나야할 사람들이 도처에 널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