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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황선기

오래되고 변하지 않는 것들을 위한 공간, 카페 겸 바‘초능력’사장님

햇수로 3년째 한남동에 거주하면서 카페 겸 바 ‘초능력’을 운영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 및 사람을 매개하는 행사, 사이사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바이홍은 4년 전 우연히 이 동네에 산책을 왔다. 카페눈 주변골목의 정서가 좋았다는 바이홍은 우연히 발견한 동네에서 만난 정서, 아직은 무언가가 없는 상태가 너무 좋아 많은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서로 모일 수 있는 살롱을 지향하기 시작했다.

이태원로 42길, 대사관로 5길(T자골목)과 초능력 주변은 홍대처럼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동네는 아니었다. 주변 상권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사이사이 프로젝트가 책자를 냈을 무렵, 그때만 해도 공간은 많지 않았다. 문화 활동을 쉽게 교류하고 유연하게 만들 수 있는 공간과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사이사이프로젝트는 마을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염두하며 만들어 갈 예정이다.

음악인 문화 바탕인‘홍대’, 다양한 문화 공존하는‘한남동’

홍대에서 갤러리 킹을 운영했던 바이홍이 느낀 홍대와 한남동의 차이점. 홍대는 태생적으로 음악을 베이스로 하고 가격이 조금 저렴하다면, 한남동은 음악보다 게이나 트랜스, 밤 문화가 발달했고 그것이 특색을 이루면서 동네 분위기를 만들었다. 최근 홍대는 연령층이 많이 낮아진 반면에, 한남동은 높은 연령층을 필두로 소비수준이 현격하게 다르고 강남과 교통이 편하기 때문에 그쪽으로부터의 유입이 많다. 그래서 특히 강남 부근의 디자이너들과 연결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한남동에 유입되고 있다.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기업 혹은 자본의 유입이 쉬운 한남동은 홍대처럼 하위문화가 근간을 이루는 동네가 되기에는 어려운 면도 존재한다. 바이홍에게는 오래 돼서 묵혀지는 것들이 근간을 이루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어떨 때는 사람들을 통해 너무 쉽게 변하고 따라가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대안 공간 <꽃땅>과 <꿀풀>이 사라진 게 아쉽다. 한남동에 없었던 신선한 문화적인 것들의 유입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홍대가 음악을 근간으로 커갔던 이유는 공연장들이 존재했기 때문인데 <꽃땅>처럼 인디공연을 하는 공간들이 사라지게 되면서 한남동에는 지금 음악, 특히 인디음악의 흐름은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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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과 한남동의 경계 사라져

한남동은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한남동’이지만 외부 사람들에게는 한남동이든 녹사평이든 이태원 중심지역이든 다 ‘이태원’으로 느껴진다. 이태원의 범주가 계속 넓어지는 것이다. 이태원의 문화가 주변으로 번지면서 이태원이라는 심리적인 지도가 형성 된 것이라고 바이홍은 말한다.

이태원의 영향으로 한남동은 다양한 사람들, 즉 게이, 트랜스젠더, 외국인들이 마을에 녹아 혼재되어 살고 있다. 엊그제 바이홍은 동네 아저씨가 트랜스젠더와 다정하게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다.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이웃사촌의 모습이다.

마을의 이런 특성은 사실 한남동이라고 해서 지역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은 아니다. 빈부격차도 마찬가지다. 부와 공존하는 지점들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소통이 되지는 않고 있고 부와 빈부 사이의 문화가 다른 방식으로 나뉘어져 있다. 부촌과 빈촌이 굉장히 이상한 형태로 이쪽, 저쪽에 혼재한다. 특히 재벌들이 땅을 많이 사는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저 풍문이 돌고 돌 뿐이다. 다른 지역처럼 부동산이 전산화 되어 있지 않아서 풍문으로 알게 되는 것도 있다.

또 다른 문화가 있는 곳, 유엔빌리지

허나 유엔빌리지 쪽은 조금 다르다. 부촌의 범주가 획일화되고 구역화가 되서 크게 나뉘어 있는 동네기도 하고, 옛날에 단국대가 있던 곳이라 또 다른 문화가 있었다. 이태원과 그 사이에서 즐길 수 없는 다른 문화들, 서민들이 자주 찾는 고깃집이나 술집들의 수요가 분명히 있다. 동시에 그곳에는 오히려 이 동네보다 세련된 것들도 많고 좋은 주택과 대사관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