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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우사단 골목>, 우사단길에 모이고 있는 문화와 예술, Ⓒ조선영

T자 골목이 한남동에서 최근 2-3년간 새로운 문화의 흐름을 만들었다면, 이슬람 사원을 지나 보광동과 맞닿아 있는 우사단길에서도 새로운 문화예술이 꽃피기 시작했다. 재미있게도 이 지역의 싼 집값과 열정이 넘치는 청년들이 만나 T자 골목과는 또 다른, 아기자기한 동네 예술 운동이 생겨난 것이다. 디자이너, 건축가, 작가, 장사꾼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 ‘젊음’이라는 공통점으로 뭉친 이들은 이 길에서 살거나 작업하면서 ‘어떻게 하면 아름답고 서로 평등한 마을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우사단단

이 지역의 젊은 문화예술 흐름을 이끌고 있는 것은 우사단단이다.  우사단 길의 ‘단’인 이 모임은 2012년 여름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 모임에는 대표나 주체가 없다. 한 사람의 주체가 이끌어 가는 구조가 아닌 평등한 구조에서 동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동네에 살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동네 쓰레기 문제나 주차문제 등을 발견한 우사단단. ‘어떻게 하면 살고 싶은 동네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작년 겨울부터는 <월간 우사단>이라는 신문을 만들고 있다. 재미삼아 만든 동네소식지였지만 지금은 동네 부동산 정보나 맛집 정보, 또는 구인, 애인 구함 광고 등 진짜 동네이야기를 전하는 매체가 되어가고 있다.

우사단단에서 진행하는 또 다른 행사는‘이태원 계단장’이라는 장터다. 올해 봄부터 시작되었는데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장미계단(이슬람성원에서 장미아파트로 가는 사이)에서 열린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많은 셀러들이 모여서 가장 최근, 7월 말에 열린 장터에서는 100팀이 넘는 셀러가 지원하고 그 중에서 50팀이 참가할 수 있었다. 이 장터를 찾아 동네에 많은 사람들이 오는 모습을 보고 신기해하며 좋게 봐주시는 주민들도 많다. 또한 식목일에는 우사단단 사람들과 마을 주민들이 모여 함께 화단을 꾸몄는데 마을 분위기가 밝아져 주민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우사단단 회의는 매주 화요일 저녁 이슬람 사원 맞은편에 위치한 <카페 벗>에서 진행된다.  이 회의에는 어떤 의무도, 강요도 없다. 오고 싶은 사람, 궁금한 사람은 와서 보고, 하고 싶은 일을 도모하면 된다.

문화와 장사를 결합한 재미있는 카페, <사원 앞 카페 벗>

우사단단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단체 중 하나인 ‘청년장사꾼’의 1호점, <사원 앞 카페 벗>은 단지 장사만이 아니라 문화와 결합한 재미있는 장사를 꿈꾼다. 지역문화 만들기와 상권 활성화라는 취지에 집중하고 있는 이 이태원 1호점은 작년 8월에 오픈했다.

서울에 하나밖에 없는 이슬람 성원 앞에 위치하고 있는 카페 벗의 매니저 오단 씨(만 24세)는 다른 지역과의 차이점에 대해 묻자 “이슬람인 분들이 많다는 사실 때문에 무서워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런 편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친해진 후 한 번 친구로 생각하면 잘 해준다. 처음에는 약간 꺼리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건 한국인끼리도 그러는 것”이라고 말한다.

‘할랄²’을 철저히 지키는 가게가 많은 중앙 성원 주변. 카페 벗에서 파는 쿠키를 ‘할랄’이냐고 묻는 경우도 있고 이슬람인들이 좋아하는 차를 개발하는 것은 어떻겠냐는 말도 들었지만 이 모든 것을 하기에는 작은 가게라 힘든 면이 있다.

²할랄 : 할랄(Halal)의 사전적 의미는 이슬람법에 따라 '허용되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종류의 채소, 과일, 곡류 등 비육류성 식품과 모든 종류의 해산물이 할랄로 육류는 주로 양, 소, 닭 등 허용된 고기로 한정되며 '신의 이름으로'라는 주문을 외운 뒤 단칼에 정맥을 끊어 도살하는 등 할랄에서 허용된 방법으로 도축된 것만 할랄식품으로 인정된다. 과자, 빵, 주스 등 가공식품도 돼지나 알코올 성분이 없어야 한다.

우사단 마을로 모여드는 작가들

길 건너 부촌과 우사단 마을의 빈부격차는 꽤 크다. 이 동네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살아서 세금을 직접적으로 내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그런 혜택이 적은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고 부촌의 경우 지리상으로 높은 곳에 위치해서 더 많이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개발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마을 골목(우사단로)에 있는 인테리어, 설비업체만 10여곳. 아파트가 없고 오래된 건물이 많은 동네에서 볼 수 있는 이 광경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우사단 마을은 옛날에 도깨비 시장도 있었고 그 전에는 묘지나 판자촌이 있기도 했다. 동네 발달과정이 조금 독특한 까닭에 건물들이 무계획적으로 세워지기도 했고 그래서 골목들이 좁은 경우도 있다. 이곳이 개발 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뉴 타운 지역이기 때문이다.  아직 개발이 안 되고 있는 상태여서 정비가 되지 않고 낙후가 심해지는 것으로 보는 주민들도 있다. 재개발에 찬성하는 이들 중 대부분은 투자를 위해 땅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게를 하는 이들 중에는 본인이 건물주인데도 개발되면 오랫동안 자신이 하던 가게가 사라지기 때문에 꺼려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길에 작가들이 많이 모이고 있는 이유는 단연 저렴한 월세 때문이다. 타 지역보다 대략 반값이면 살만한 방을 구할 수 있다. 또한 이색적인 마을 풍경이 매력적이기도 하고 어느 건물이든 옥상에 올라가 보면 한강이 탁 트인 예쁜 경치를 볼 수 있다. 작업실을 가지고 있는 작가들은 아티스트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면 정보도 얻기 쉽고 인맥을 넓혀가기도 좋기 때문에, 이곳에 작가들이 몰렸다는 소문을 듣고 오는 사람들도 있다. 카페 벗과 우사단단은 마을에 입주하는 작가들과 함께 오늘도 소소한 삶의 모습들을 공유하며 모두가 함께 살기 좋은 마을을 위해 노력하는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인터뷰 - 김경현, 조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