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에이크 12호 /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

떠나는 사람에게 불러주고 싶던 노래가 있었다. 이별의 시작은 언제나 쓸쓸했고 버스가 가고 나면 주저앉아야했다. 떠나는 이에게 그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떠나는 사람의 이유도 남겨진 사람의 이유도 떠올리고 싶지 않은 괴로움이 되지 않았나.  떠나겠다, 말하는 사람들에게 떠나지 말라고 말할 수 없다. 염치도 없고 부끄럽다. 오로지 떠나는 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한한 행복을 빌며 떠나는 사람에게 불러주고 싶던 노래를 중얼거린다. 감성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살아남은 민중가요들.

시의성이나 전투적인 가사, 한껏 인텔리의 멋을 부린 곡이나 가사가 아닌 일상적인 언어로 만든 노래가 좋다. 즐겨듣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떠나는 그대를 위하여’가 그렇다. 그리고 이 노래를 맛깔나게 부르는 사람을 소개한다. 윤선애다.

1984년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 출신의 윤선애는 1986년부터 [민중문화운동연합] 산하 노래모임 [새벽]에서 활동, 86년 김세진, 이재호 열사의 추모곡으로 부른 ‘벗이여 해방이 온다’를 비롯해 ‘저 평등의 땅에’, ‘그날이 오면’ 등 대표적인 민중가요를 불렀다.  김은채의 시에 김현종의 곡을 붙여 윤선애가 노래한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는 2006년 KBS 스폐셜 '가객 김광석, 10년 만의 초대'라는 프로그램의 엔딩곡으로 쓰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는 온라인으로 발표되었다.

함께 수록된 ‘살아가는 것이 더 큰 용기죠’는 지금과 같은 시대,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 모두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노래다. 언제나 노래는 위로가 되고 마음을 전한다. 우리가 불러주고 싶던 노래를 부르는 것은 어쩌면 마음을 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 나는 이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떠나는 사람에게든 떠나려 하는 사람에게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겠냐고. 그 여지도 남김없이 사라져 버릴 것이냐고 묻고 싶었다. 그러나 노래가사처럼 가슴 속에 묻는다.

‘......하고 싶던 그 말들도. 우리가 사랑이라 불렀던 흩어져간 기억들도. 다시 만날 날이 있겠죠. 그때 나를 안아줘요. 오늘 차마 하지 못했던 미안하다는 말 대신. 사랑한다는 말 대신.’ 진심어린 위로가 필요한 시기다. 윤선애의 노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