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에이크 10호

진정한 독립과 해방을 위하여, 독립출판에 대한 SNS를 훔쳐보며

독립출판에 대한 의견은 다분하다. *‘다양한 사람들의 독특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곳, 정형화 되지 않은 소재와 형식, 책의 크기와 종이의 재질까지 어느 것 하나 같지 않음이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다.’*는 호의적인 의견부터 *‘얄팍한 두께의 책과 그림이 왜 이렇게 비싼 거야?’*라는 냉담한 의견까지. 보는 관점에 따라 의견은 다르겠지만 직접 참여하고 있는 입장에서 바라본 독립출판은 여전히 쉽지만은 않은, 그러나 재미있는 작업이다.

2013년 한 해 동안 다양한 마켓에 참여했다. ‘세종예술시장 소소’를 비롯해 ‘이태원 계단장’, 와우북에서 연 시민청 마켓과 합정 메세나폴리스 마켓, 울산도서전, 상상공장의 돌예공 등. 그곳에서 수많은 독립출판을 만났고 때로는 서로 구입하기도 했다. 내가 만난 독립출판물들은 제각기 각자의 개성이 너무도 빛났다. 하지만 ‘비슷한 편집 스타일이 주를 이루는 모습’은 제작자들이 자성해야 할 점이다. ‘고딕체 일변도의 2-3단 칼럼 / 제목과 첫 줄은 5-8자 들여쓰기 / 사진은 여백 없이 재단선 까지 깔기 / 텍스트는 약간 작게 (노성일님 SNS).’ <헤드에이크>도 과연 이 지적을 피해갈 수 있을까. 아마 독립출판을 하고 있는 제작자 모두 이 부분을 좀 더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적 받는 다고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더 잘하면 되니까. 흥~!’이라는 소심한 반항도 가져본다. 그러나 우리는 *‘1-2년 내로 독립출판물의 에너지가 꺾여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곳이 나올 수 있다.’ (오창섭님 SNS)*는 말을 민감하게 숙지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사라진 독립잡지들 모두 그 에너지의 꺾임 때문에 모조리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앞서 <싱클레어> 편집장 피터 김용진 인터뷰를 열심히 읽은 독자라면 에너지를 비축하고 유지하는 방법을 확인했겠지만.

<지금 여기 독립출판>에서 이야기 하듯 ‘이런 것이 미래를 담보해 줄리 없고 개인적으로도 이런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다.’, ‘독립출판이 기성출판보다 도덕적이라거나,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독립출판에 얽매여 있는가. ‘다양성과 취향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말로 우리의 존재를 규정할 수 있는가. 같은 책 전가경님의 말씀처럼 “다양한 ‘취향의 공동체’는 국경 없는 청년문화 혹은 하위문화로서 혼성적인 양태로 확산 될 것’이고 ‘독립출판은 불투명한 미래를 앞둔 청년들이 풀어나갈 수 있는 취향의 소박한 시각화, 작지만 의미 있는 소소한 발언의 장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우리의 장은 규정될 수 있을까.

외국의 경우를 보자. ‘아마존 톱 10에 몇 주간 올라 독립출판으로 히트를 쳤던 작가 PATRICK WENSINK가 번 돈은 $12K 정도. 독립출판이 유행이고 인기더라도 실상(Sung Lee님 SNS)은 이정도 밖에 안 된다.’ 독립은 했으나 자립은 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주소와 독립출판의 한계가 겹쳐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한계가 ‘페이지 몇 장 안 되는 팜플렛 같은 것이 만 원 이상인 게 이상했다. 인쇄분량 때문인가.(하님 SNS)’*라는 한계를 갖는 이유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맨땅에 헤딩하며 굴을 파고 나오니, 수면 위로 머리를 들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느낌’(이**님 SNS)*인 이유는 자립에 대한 고민이 심화되지 못한 우리의 현 주소일까.

"뿔테 안경에 말은 들릴락말락, 인용문이 제목인 블로그 하는 애들 있잖아. 효자동 카페에 다닥다닥 앉아서는 서로에게 전생부터 관심 없었던 척하는 애들 있잖아. 흐릿한 사진에 일러스트 같은 거 섞어 열 페이지짜리 독립출판물 그런 거 만드는 애들 있잖아."(장우철님 SNS) 자, 우리의 고민이 이 정도로 보이는 이유를 단지 관점으로 한정 지어야 할까. 우리는 쉽게 독립출판을 만들어 왔는가. 우리라고 말하는 우리는 어디까지 우리라고 말해야 하는 가. 디자인만으로, 글만으로 평가절하 되어야 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 가.

그럼에도 *'주류 출판업계에서 외면당하는 작품'을 추구하며 여기저기에서, 잠시, 일어난 '독립출판' 붐은 결국 일정한 자본 투자와 그에 따르는 책임, 전문적 편집 과정을 거치는 주류 출판 업계가 그나마 읽을 만한 작품들을 내놓는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듯하다.(Min Choi님 SNS)*는 평가는 어떤 지점에서 독립출판 독자들이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 이 부분이 독립출판의 존재가치에 일말의 당위성을 갖는 것은 아닐까.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매장들이 곳곳에서 늘어나는 것도 그 반응과 당위에 대한 작은 결과물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제 위험한 상상을 해본다. 시인 김수영의 말처럼 시가 무용해지는 세상을, 모두가 시인이 되어 모든 말들이 시가 되는 세상을! 내가 바라보는 독립출판 또한 그렇다. 모두가 출판을 하는 세상. 국민에게 보장된 출판의 자유가 당연하게 보장되는 것만이 아니라 좀 더 보편화되고 자유로워지는 것. 그 장벽이 허물어져 그 벽을 만들어 낸 기성 세태에 소심하게 침이라도 뱉는 것. 누가 급을 만들고 격을 세웠을까. 누가 그 많던 글쟁이들을 숨겨 버렸을까. 우리가 공산당처럼 다 나누자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내 입으로 내 말도 못하게 참말로. 에라, 다 젓가락 마이씽이다.

이런 세태를 방관한 자들이여 우리는 당신들 반찬 안 뺏어 먹는다. 밥상에 반찬 하나 더 올리겠다는데, 오물조물 무친 새싹 나물 하나 올리겠다는데 무엇을 지키려 애를 쓰는가. 우리가 지킬 것과 지켜온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진정 독립을, 진정 해방을 했는가. 나는 독립하고 싶다. 쓴 소리도 좋고 비평도 좋고 다 좋단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서로 떠미는 것보다 서로 토닥토닥 사는 게 정겹지 않나. 좀 같이 살자. 우리 모두의 진정한 독립을 위하야, 우리 모두의 진정한 해방을 위하야. 나의 조국, 나의 출판 만세 만세 만만세.

우리는 그저 우리에게 보장된 출판의 자유를 독립출판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날 때부터 누구는 독립출판이고 누구는 안독립출판이냐는 말이다. 지금까지 그 어느 누가 얼마나 어떻게 당당했는가. 삶과 세상과 인생에 있어 하늘에 한 점 부끄럼 없이 당당했던 자여 내 앞에 서보라. 독립, 자주, 평등, 평화, 그 어느 것이 당신에게 중요한가. 당신은 독립출판이라는 이름을 벗어날 수 있는가. 출판 독립 만세. 아니, 독립출판 만세. 우리 존재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