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과 남산이 만나고 있는 마을 한남동. 한남동을 조사하기 이전에 조사원들이 꼽은 마을의 특징은 국적의 다양성과 문화, 예술의 다양성, 계층적 층면의 다양성이었다.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구조와 경로를 탐색하다보면 이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삶의 방식을 알게 될 것이고 사는 것에 대한 고민도 더불어 생길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거주민들을 단순히 외국인, 문화 생산자, 소수자가 아닌 마을 주민으로 대하는 한남동의 특색은 이 지역의 문화가 역사적으로 다양성을 수용하고 보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개방성과 다양성을 다룰 때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기에 최대한 신중하게 다루려고 노력했다. 평소 한강진역에서 제일기획까지의 큰길과 대사관 주변 순천향병원만 다녀보았던 조사원들도 한남동 전체를 둘러보면서 사람 사는 세상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남동 신택리지 조사원들이 주목한 지역은 크게 T자 골목과 우사단 마을, 도깨비시장과 부군당이다. 한남동의 예전 모습과 지금의 모습, 변화하는 모습을 개괄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패션숍들이 늘어나고 있는 T자 골목의 토박이 합덕슈퍼 사장님과 또모루 타코집 사장님을 인터뷰했다. 눈카페와 사이사이(초능력)는 그 변화의 시작에서부터 문화,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울러 말해주기에 가장 좋은 인물들이었다. 이슬람 사원 앞 카페 벗과 우사단단은 청년들의 마을 만들기를 보여주기에 가장 적합했고 67년 평생 한남동에서 살아온 정광태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 도깨비시장을 중심으로 마을의 변천과정을 들었다. 5대째 한남동에 거주하는 이천만 선생님을 통해 경계적인 어려움으로 사라지고 있는 한강 유역 부군당의 역사와 현실을 조명했다.

미군 부대 내에서 일하고 있는 켄 Ken과 전 레바논 대사관 자제이며 번역일을 하고 있는 학생 마젠 Mazen의 인터뷰는 한남동을 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을 추가하고자 한 것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직업을 지니었고 각기 조금 다른 모습으로 한남동을 바라본다. 이로써 한남동 신택리지에는 조사원들의 시선과 마을에 사는 주민, 혹은 마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시선, 그리고 외국인의 시선이라는 세 가지 시각을 담보로 했다. 마지막으로 대성표구사 사장님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한남동의 전반적인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보길 기대한다.

지역의 문화가 삶을 변화시키고 삶을 보여주는 모습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단순히 눈에 보이고 글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유추하고 깊이 생각하는 것. 한남동을 말하고 보여주기에 저희 조사원들의 조사가 부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언컨대 저희 한남동 신택리지 팀은 한남동이라는 마을을 쉽게 재단하고 단정 지어 설명하고 싶지 않다. 단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마을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