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 대한 연결고리 <서촌방향>

설재우 작가 인터뷰

20121217

간단한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저는 ‘설재우’라고 하고요. <서촌방향>이라는 책을 내었고, 이미 그 전 2009년도부터 ‘효자동닷컴’이라는 블로그를 통해서 효자동일대, 경복궁일대, 서촌에 관련된 지역 스토리텔링 및 지역소개를 하는 일을 해왔어요.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점점 갈수록 좀 심도 있게 일이 진행이 되었어요.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도 되게 다양했고 또 저도 그런 일을 즐거워해서 하다보니까 책까지 나오게 되었고요. 서촌 이야기꾼이라는 타이틀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본격동네보전탐방기 <서촌방향>의 책 서두에 보면 “장소의 혼과 장소감을 훼손하는 세계는 어떤 식으로든 빈곤해진다. - 에드워드 랠프”라는 문구가 적혀있는데요. 책 펴면서부터 참 좋더라고요.

저도 되게 좋아하는 문구인데 우연히 트위터에서 보았어요. 에드워드 랠프라는 사람이 한 이야기인데 역사를 쌓아오는 것은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 역사성이 사라지는 건 한순간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만큼 그런 역사성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해야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사실 서울은 너무나 빨리 자주 변화하죠. 그것도 기존의 것을 유지하면서 변화하는 것이 아니고 기존의 것을 파괴하면서. 서촌이라는 장소가 특별해질 수 있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역사성인 것 같아요. 서촌이 청와대 옆에 있어서 개발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있어요. 5층 이상의 건물을 못 짓고 고도제한이 있고. 여러 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서울시에서도 그런 옛날 모습들을 그만큼 보존할 수 있었던 건데. 이제 시대가 변해서 서촌도 개발이 많이 허용되고 있죠. 또 새로운 가게들도 들어오고 유명해지면서 과연 그 앞에서 서촌은 어떻게 변화해야 될 것인가에 대해서 지금도 많이 생각해 보고 있어요. 그리고 <서촌방향>을 통해서 사람들이 그런 것을 많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서촌은 작가님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서촌은 서울에서도 굉장히 찾아보기 힘든 유래가 없는 동네인 것 같아요. 아까 이야기 한 것처럼 제한과 규제가 엮여있는 곳이고 또 청와대와 경복궁이라는 서울의 상징적인 건물 옆에 있는 동네이고. 강남 같은 경우는 허허벌판이었던 1970년대에 새로 생긴 신도시잖아요.

갑자기 논바닥 위에 생긴

(강남은) 논바닥에 소달구지 지나가고 그런 곳이었는데 서촌은 다르거든요. 서촌은 조선시대부터 오히려 그 훨씬 이전부터 사람이 살던 동네로써 존재를 해오던 곳이라서 그런 서사적인 레이어가 겹겹이 쌓여있는 어떤 두께감이 같은 서울인데도 강남과는 전혀 다르죠. 스타트가 이미 SINCE 1970과 SINCE 693. 뭐 이정도 급의 차이니까. 이런 오래된 역사성을 서울에서 가지고 있다는 건 굉장히 희귀성이라고 봐요. 서울시에 대외적인 슬로건이 ‘서울역사 600년‘ 이런 식으로 자랑하잖아요. ’조선 600년‘ 이러잖아요. 그런데 그 600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되냐는 거죠. 그런데 서촌에는 그런 걸 느낄 수 가 있어요. 서촌에 아홉 구(九) 자에다가 굽을 곡(曲), 아홉 번 굽는 다고 구곡 골목이 있는데 조선시대 때부터 조선시대의 지도랑 현시대의 지도랑 비교를 해보았더니 똑같이 일치하는 거예요. 그 정도로 조선시대 때부터 지금까지의 골목이 일치한다는 건 굉장히 놀라운 거예요. 그런 면에서 그런 역사성이 서촌의 가장 희소가치가 있는 부분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이야기를 계속 듣다보니까 <서촌방향>도 그렇고 이전에도 그렇고 서촌에 대한 책임감이 더 생겼을 것 같아요.

참 어려운 질문인데. 개인적으로는 책임감이 되게 없는 스타일이에요. 책임감이라는 것이 되게 무겁잖아요. ‘과연 내가 그런 무거운 느낌을 받을 정도의 짊어지고 갈 정도의 사람이 되나?’ 이런 생각을 되게 많이 하고. 사실 아니라고 생각을 하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고 만나보셨으니 아시겠지만 굉장히 밝잖아요. 서촌이 되게 보존과 개발 사이에 놓여있는 상태에요. 저는 주민으로서의 책임감은 확실히 있죠. 또 토박이로서의 책임감도 있고요. 그걸 어떻게 해결하고 싶냐하면 포스트 같은 잡지, 신문 이런데서 취재요청, 인터뷰 요청이 오면 적어도 제가 생각하고 있는 서촌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려는) 사람들이 인터넷과 단순 블로그와 사진 몇 장, 맛집, 카페, 갤러리 이런 팬시한 곳으로 들여다보는 시선을 조금이라도 돌리려는 노력을 저는 하는 거예요.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일보에서 <서촌방향>을 내고 나서 저한테 전화가 왔어요. 다른 곳처럼 인터뷰를 하나보다 했는데 “서촌을 소개하고 싶은데 그 지역에 사는 유명한 사람을 알려 달라“는 거야. 무슨 뜻이냐면 서촌을 바라보기위한 어떤 창문, 시선을 꼭 유명인을 통하거나 예술인을 통하거나 유명 여행 작가를 통하거나 이런 식이라는 거죠. 토박이의 시선은 관심이 없어요. 그 사람들도 나름 서촌의 매력을 알고 있겠지만 토박이만큼 깊이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거 아니에요. 그리고 그 사람들을 통해서 나오는 어떤 관점들이나 소개되는 가게들도 대부분 다 유명한 기름 떡볶이... 이런 곳이에요. 이런 곳이 나쁜 곳은 아닌데 어디에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잖아요. 잘되는 곳이 있으면 안 되는 곳이 있다고. 그런데 소개되는 곳은 계속 소개되는데 소개가 되길 원하거나 소개가 안 되는 곳은 계속 안 되는 거예요. 물론 장사가 안 될 만한 이유가 있거나 장사가 소개 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형편없거나 이런 데는 소개하면 안 되죠. 그런데 분명히 그 만큼의 가치가 있는데 소개 안 되는 곳들은 어떻게 보면 사회적 약자죠. 소외계층이고. 저는 그런 곳들을 계속해서 요청이 온다든지 어디서 인터뷰가 온다든지 이러면 그런 곳들을 소개하거나 그런 곳들을 가보라고 그런 곳들을 이용해보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식으로 저의 책임감을 덜고 있죠.